미국의 동아시아 외교사상 최대의 빅뱅

미·일 '충돌일보직전'


최근에 공각기동대 SAC 2nd GIG를 복습하면서 '보통국가'에 대한 물건너 작자들의 심정이 꽤나 복잡하고도 심각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느낀 바가 있었습니다만 처음으로 정권교체를 이루고 주로 관료사회에 대해서 적극적인 개혁의지를 표방하던 하토야마 정권이 사실상 '모든이들의 예측을 뒤엎고' 후텐마 비행장 이전문제에서 미국의 '제안(이라 쓰고 지시라 읽는다 -_-)'을 따르지 않고 있다는 점은 제 개인은 물론이고 조금이라도 '패전 후 일본의 안보-정치'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께는 상당한 충격이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은 지난 60년간 좋은 말로 하면 '혈맹' 나쁜 말로 하면 '초 굴욕적 대미 종속 외교'의 달인임을 자인해 왔는데[...] 특히 주일미군 문제는 더욱 그렇습니다. 세계 2위의 경제대국임을 감안해서 미국이 어느정도 풀어주는 경우도 있었지만 주일미군의 SOFA 협상에 대해선 관련인사를 취재한 기자들이 '일본인임이 부끄럽다'고 할 정도로ㅡㅡ 미국의 입장을 졸졸 따라가기만 했다는 일화가 있지요.

하토야마 정권 출범을 맞이해서 뉴욕타임즈나 WP, 그밖에 다른 외신들도 대부분 '안정적인 정권기반'을 가져가기 위해 일단 외교(일본에게 있어 외교라 함은 거의 대미외교가 전부인것 같지만)문제는 전 정권의 흐름을 잘 따라갈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후텐마 비행장 이전 문제가 그나마 돌발 요소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봤는데 정말로 미국 입장에선 전혀 뜻밖의 핵폭탄을 맞았다고 표현해도 될 정도 일겁니다.(그만큼 수십년동안, 한 세대가 지나도록 일본은 미국의 말 잘 듣는 강아지였다는 겁니다;;)


이런 모습이 매우 흥미로울 수 밖에 없는 것은 2000년대 이후의 자민당 정권, 즉 고이즈미나 아베 정권이 보여준 '자칭 동북아시아 패권국드립'과는 차이가 있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당시의 자민당 정권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니 헌법개정이니 하는 이슈를 만들어내고 주변국가들의 심기를  마구 건드리는 발언을 함으로써 '흥 우린 강대국이 될거라능!!(혹은 이 동네에선 강대국이라능!!)'이라며 나름 극우적인 포스를 내비치려 했습니다.

그러나 실질적인 외교의 측면에선 테러와의 전쟁에 관련된 미국의 요구 및 통상-경제 분야에 대한 미국의 제안을 사실상 '무제한적으로' 받아들이고 무리한 조건도 충실히 들어주었던 겁니다. 그야말로 속국의 중심에서 강대국을 외친 셈.


그런 의미에서 보면 현 오바마 정권이 특히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미군 재배치 문제에 딴지를 걸었다는 사실 자체가 엄청난 변화인 것이고, 설령 이 문제에서 민주당 정권이 다시 전정권마냥 기어들어가는 자세를 취하더라도 미국 입장에선 대일 관계가 크게 변했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앞으로 이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진 알 수 없지만 1853년 페리제독에 의한 개항이래 동북아시아의 구도가 그 어느때보다 크게 변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PS : 많은 사람들이 SAC 2nd GIG를 보면서 '동아시아의 리더 자리는 일본이 먹어야 된다는 일본인들의 사상을 보여준 것이다'고 이야기 하시는데, 저도 그 생각에 동감합니다만 저는 오히려 GIG 끝 부분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우린 미국의 그늘을 벗어나 동아시아의 패권국가가 되고 싶은데!!!!!!! 우린 안될거야 아마...'라는 일본인들의 체념 같은 것을 느끼면서[...] GIG 보면서 섭섭했던 점이 갑자기 동정심으로 변해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덧붙여 입대해서 미군과 일하게 된 이후에는 하루 평균 속으로 욕과 한숨을 쌓아두고 사는 횟수가 넉넉히 200회는 넘어가는 것 같은 상황이라 그런지... 이번 하토야마 정권의 대미노선 변화 움직임은 뭐랄까... 왠지 모르게 좀 지지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 잘 안되겠지만
  힘내라! 일본[.....................]

by 라피에사쥬 | 2009/10/23 12:42 | Basic of life - 잡상잡담 | 트랙백 | 덧글(25)

트랙백 주소 : http://grayghost.egloos.com/tb/2455922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NOT_DiGITAL at 2009/10/23 12:59
일단 후텐마 관련해서는 일본이 한 발 물러섰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군요.
어쨌거나 아마도 잘 안되겠지만 힘내라! 일본.(...)

NOT DiGITAL
Commented by 라피에사쥬 at 2009/10/24 01:46
사실 후텐마 자체는 오키나와 전체의 미군시설을 놓고 볼때 그다지 큰 시설은 아닙니다만, 오키나와내에선 사실상 어디에 이전을 해도 주민들의 반감을 잠재울 수 없기 때문에 일본 정부 입장에서도 물러서는 것만이 대안은 아닙니다.

심정 같아서는 어디에 괌 크기의 인공섬이라도 만들고 싶을 걸요.
Commented by 계란소년 at 2009/10/23 13:09
하지만 상대는 천조국이잖아? 안 될 거야 아마[...]
Commented by 라피에사쥬 at 2009/10/24 01:46
차라리 오키나와를 포기하는게 -_-;;
Commented by ㈜계원필경 at 2009/10/23 13:27
상당히 흥미롭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맥아더 막부(!) 이래 60여년 동안 찍소리도 못하던 일본의 반항이라...;;;
Commented by 라피에사쥬 at 2009/10/24 01:48
지금까지 흔해빠진 시나리오로는 자민당내 강경파의 급부상을 통해 대략 위험한 상황이 벌어진다가 대표적인데, 실상 일본의 대미 문제는 사상을 뛰어넘어서 그 자체가 골치아프다는 느낌을 강하게 줍니다.
Commented by 행인1 at 2009/10/23 13:43
오오 일본이 이럴날이 오다니....
Commented by 라피에사쥬 at 2009/10/24 01:49
그다지 현명한 처사는 못되지만, 그만큼 오키나와 문제의 심각성을 그냥 덮어두고만 있었다는 증거도 되지요.
Commented by 카군 at 2009/10/23 14:18
후텐마 비행장 문제가 정말 별안간 터지더군요. 일단 하토야마가 꼬리 은근슬쩍 마는거 보면 당분간도 계속 시도야 하겠지만 하토야마의 희망은 당분간 좇ㅋ망ㅋ모드일듯.

ps. 랄카 누가 카레라이스랑 라이스카레 차이 아니랄까봐 민주당 애들도 한 병맛 하데요. 특히 이번에 국무성 일본 담당관 케빈 마허하고 한 판 붙은 타니오카 쿠니오. 아니 상원 의원이라는 인간이 논쟁하다가 "너님네 당 고위 간부들하도 죄다 딜은 계속 밀고 나가야 한다던데'ㅅ'?"이라고 하니 "그 색휘보단 내가 더 똑똑해!"라고 받아치다니 어이고 세상에...

ps2. 11/19 입대 확정인데 언제 한번 뵐까요?
Commented by 라피에사쥬 at 2009/10/24 01:54
관료 정치에 미숙한데 당장 저런 드립을 좀 제대로 치려면 그걸 더 잘 알아야죠 -_-

진짜 문제는 2005년 합의대로만 오키나와 문제가 처리 될 수 있느냐 하는 부분. 솔직히 말해서 전 이게 USAG 용산을 평택으로 이전하는 것 따위와는 비교도 안되는 수준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뵙는건 일단 11월이 되야 알듯.
Commented by 로리 at 2009/10/23 14:27
진짜 일본은 응원 중입니다..


사실 안 될거니까요 -_-;
Commented by 라피에사쥬 at 2009/10/24 01:56
작은 의미나마 시작점은 될 수도 있으니까요. 문제는 역시 미국의 양보를 조금이라도 더 받아낼 수 있느냐, 그리고 그 이후 선거에서 국민들에게 다시 선택 받을 수 있느냐 라고 생각합니다. 1달전 선거에서도 그랬지만 일본의 여론이 정말 예전같지 않은 것은 확실합니다. 그게 어느 방향성을 갖고 튀느냐가 관건이 될 듯 합니다만.
Commented by gforce at 2009/10/23 15:43
I keep forgetting that those guys are, in fact, no.2 world economy=_=

다른 나라도 아니고 일본 입장에서, 천조국이 어리버리한 중동도 아니고 극동에서 스턴트를 쳤다라. 이건 개인적으론 일 민주당의 나이브함으로밖에는 안 보이는걸요. 안그래도 스턴트 싫어하는 천조국 상대로, 정권 초기에, 천조국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오키나와 기지 문제로, 대체 무슨 실리를 위해서 스턴트를 친 건지 원=_= 아니, 척 봐도 일본이 얻는 것보단 천조국이 잃을 게 많아보인다는 게 짐작이 안 간 걸까요 쟤들은? 역사책에 길이 남을 전환점이라도 만들어 두고 싶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지금 그 상태로? 극동에서? 천조국 상대로?

Really?

일본은 자기네 망상속의 미국을 상대하고 있는 게 틀림없어요. 황상 갈리고 나서 이 나라 저 나라 윽박지르지 않는다고 이걸 천조국의 약점이 표면화된 것으로 판단했다면 그건 실수이고, 만약 약점이 (심지어, 일본이 이득을 챙길 수 있는 형태로) 실제로 나타났더라도 지금의 일본이 덤벼들어 이득을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면 그건 망상임.
Commented by 라피에사쥬 at 2009/10/24 00:28
그런거랑은 별개로 난 둘다 상처입었음 더 바랄게 없음. 나한테 심심하면 Japanese라고 해대는 LTC놈의 기세가 한풀 꺾인다면 누가 어찌 난리를 쳐도 상관 안함 -_-(옛날에는 일본이 난리를 치는 것만큼은 싫어했겠지만 이젠 글쎄)
Commented by 카린트세이 at 2009/10/23 20:40
어쨌거나 아마도 잘 안되겠지만 힘내라! 일본. (2)
Commented by 라피에사쥬 at 2009/10/24 02:11
솔직히 여기서도 이도저도 아닌채 끝나버리면 미국에 대한 반감을 괜히 주변국가에게 돌리는 여론이 형성 될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에 -_-;; 잘 안되겠지만 최소한 힘은 좀 내기 바랍니다[...]
Commented by -_- at 2009/10/24 02:01
근데 미쿡입장에서도 일본을 한국버리듯 버릴수는 없을지라
참 흥미진진합니다 ㅎㅎ
Commented by 팰컨 at 2009/10/24 23:54
LTC가 왜 Japanese라고 놀리나요;;;;; 라피에사주님께서 너무 착하셨나요;;;;;;;궁금타는-.-z
Commented by 라피에사쥬 at 2009/10/25 00:18
인사를 열심히 한다고 JAP이라는 군요[..] 뭐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좋은 의미로 지어준 별명은 아니죠. 제 입장에선 '역시 미군은 몇년을 현지에서 살든 현지인을 더럽게 모르는 군'이란 결론의 증거로 쓰입니다.
Commented by OTIKA at 2009/10/25 13:31
핵심은 맨 마지막의 굵은 글씨인가요(먼산)
Commented by 라피에사쥬 at 2009/10/25 17:08
저게 만약 잘된다면 이라크나 아프간이나 팔레스타인에서 단번에 총성이 맺고 평화가 정착되는 일이 갑자기 생겨도 이상하지 않을 겁니다. 그만큼 어렵습니다.
Commented by 팰컨 at 2009/10/27 02:14
정말 어치구니가 없군요;; 인사 잘해주면 칭찬은 커녕;;; 저러다가 프랑스군한테 니 Brit같앸ㅋㅋㅋ 하겠군요;;;
Commented by 라피에사쥬 at 2009/11/05 14:56
최근에도 잊지 않고 꾸준히 놀려대는 것으로 봐서.. 진짜 상종 못할 사람인듯 합니다 -_- 그런 인간을 이라크에 보내야 되는데[..........]
Commented by yonghokim at 2009/11/05 14:46
3. 일본을 공격한다
Commented by 라피에사쥬 at 2009/11/05 14:58
흥미진진한 옵션이군요! (현실적으로는 점점 중국의 위세가 높아지고 이에 대항하는 라인은 불분명하여 제멋대로 노는 느낌이지만[..])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