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rst Rippert 병장이 생떽쥐페리를 격추시켰을까? 밀덕의 도를 깨달은 밀덕여우

최근 몇몇 기사를 통해 2차대전 당시 독일공군의 에이스인 홀스트 리페르트(44년 당시 계급은 병장)씨가 올해 3월 유럽의 각지의 신문에 자신이 생떽쥐페리가 탄 F-5 라이트닝(P-38 라이트닝 전투기의 정찰형)을 격추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알려졌습니다.

생떽쥐페리의 비행기가 실종된 날짜인 1944년 7월 31일에 자신이 툴룽 인근에서 프랑스 공군 마크를 한 P-38을 격추시켰다는게 주장의 요지지요.

국내에서도 꽤 이곳 저곳에 보도 되었고 격추당시의 정황을 꽤 잘 묘사하고 있어서 어느정도 신빙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만 안타깝게도 독일공군의 격추기록 상으로는 그의 주장을 입증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일단 당시 독일공군의 본토-서부-남부 지역 격추기록 44년 7월 31일자를 살펴보겠습니다.



Film 이라고 적힌 것은 건 카메라로 격추순간을 촬영한 사진이 남아 있어 확실히 격추로 처리된 경우입니다. 홀스트 리페르트 병장은 7월 31일에 JGr 200 소속이었고 해당 부대의 격추기록은 위에서 보시다시피 7월 31일에는 존재치 않습니다.

또한 지금까지 알려진 리페트르 병장의 개인 격추기록에도 7월 31일은 존재치 않습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03.07.44, Obgefr. Rippert, E.-Kdo./J.Gr.Süd, 1 Boeing Fortress II, 1. Absch.
3/11/1944 Obgfr Rippert,Horst 4./JGr Süd B-24 40km S. Toulon,5500m1203
5/7/1944 Ogfr Rippert,Horst NJKdo Jgr Süd B-26 EI-8,3200m E. Tonnere1123 14 SAAF
5/13/1944 OgfrRippert,Horst NJKdo Jgr Süd Mosquito BK-5-8,8000m1637
5/25/1944 Ogfr Rippert,Horst E. Kdo Jgr Süd B-24 BO 7-8,4500m Draguignan1359
5/26/1944 Ogfr Rippert,Horst E. Kdo Jgr Süd B-24 DO at 3500m, S. Cap Cameret1148
6/25/1944 Ogfr Rippert,Horst 3./JG-200 B-24 HSSBL 8-BL,3000 m,S. Marseille0958
7/5/1944 Ogfr Rippert,Horst 3./JG-200 P-51 04 Ost S/DL,4000 m,S. Marseille
1409
7/24/1944 OgfrRippert,Horst 3./JG-200 B-24 04 Ost S/CL-2 at 10km (SW Marseille)1205
8/7/1944 Ogfr Rippert,Horst3./JG-200 B-25 0935
8/8/1944 Ogfr Rippert,Hors t3./JG-200 P-47 10940
8/12/1944 Ogfr Rippert,Horst 3./JG-200 Spitfire DN-3 2000m [N.E. Hyere]1031
8/12/1944 Ogfr Rippert,Horst 3./JG-200 P-47 BM-7 3000m [N. St. Maximin]1828


프랑스전이 종결된 이후 리페르트 병장은 JG 27의 13중대로 옮겨가서 종전까지 20여대의 적기를 격추했다고 주장합니다만, 전쟁 말기 독일공군의 격추기록 체계가 혼잡해지고 서류가 분실되어 JG 27에서의 격추기록은 확실치 않습니다.

JGr. Süd(그가 근무한 첫 부대. 임시 요격부대에 가까운 편제였음)와 JGr 200에서의 격추기록만 확실한 상황입니다만, 그마저도 위의 13대의 기록만이 가장 확실합니다.  두 부대에서 근무하는 동안에는 총 19대의 적기를 격추했다고 합니다.

어쨋든 공식적인 격추기록에는 그가 생떽쥐페리를 격추시켰다는 어떠한 증거도 없는 셈입니다.

다만 7월 31일 당시 리페르트 병장이 근무하던 JGr 200은 프랑스전선을 담당하던 3항공군 전투기부대들의 부차적인 전선인 남프랑스구역을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정확한 주둔기지는 Aix-en-Provence 지역에 있었는데, 링크를 클릭해서 보시면 아시겠지만 생떽쥐페리의 P-38이 추락한 지점과 매우 가깝습니다. 44년 7~8월의 독일공군은 북프랑스에만 전력을 집중시킨 상황이었고 남프랑스의 가용전력은 거의 JGr 200뿐이라서 일단 가능성은 존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렇게 생떽쥐페리를 격추시켰다고 주장하는 독일 조종사가 나타난 것은 이번이 처음 일이 아닙니다. Heichele라고 하는 NJG 13(13 야간전투기 비행대)의 2중대 출신 조종사가 역시 같은 날 생떽쥐베리가 탄 것으로 의심되는 P-38을 격추시켰다는 주장을 과거에 한 적이 있습니다.

리페르트 본인이 앞으로 생떽쥐페리의 비행기 잔해를 찾았던 사람들과 협력해 저서를 낼 것이라 하니 좀더 기다려봐야겠지만 아직까지 확실한 증거는 없는 듯 합니다.

덧글

  • gforce 2008/03/17 20:07 #

    이건 사실 비밀입니다만... 커트 보네것 씨를 자택에서 떠민 건 접니다(야)
  • 프티제롬 2008/03/17 20:18 #

    가끔 바다에서 비행기 잔해 찾으면 생떼쥐데리가 아닐까 하는 뉴스가 나오더군요
  • R쟈쟈 2008/03/17 21:40 #

    전선말기의 혼란속에서 누락된것일수도 있고.....그냥 자신을 들어내기위한 어필일수도 있고, 어쨌거나 재미있는 떡밥이군요^^
  • 라피에사쥬 2008/03/17 23:19 #

    gforce님// 아니 그것은 KGB 2국이 저지른 일이 아니었습니까? 중교님의 레지던트인 쥐폿님이 직접 저지르다니 요즘 국안부는 CO들에게 요구하는게 많군요[쾅]

    프티제롬님// 꽤 인기있는 소재인 모양입니다. 저도 나중에 남프랑스에 이민 가서 그의 기체와 유해를 찾아 다녀야겠습니다[..]

    R쟈쟈님// 44년 여름이면 여전히 격추판정과 기록을 수행하던 때입니다. 특별히 다른 부대로 옮긴 것도 아니고, 단독 격추라 확인해줄 윙맨이 없었다고 해도 여전히 보고는 가능합니다.

    더군다나 리페르트는 당시 정황을 '알프스 지역까지 침입한 연합군기를 발견했다는 보고를 받고 이를 찾기 위해 출격했지만 이를 찾지 못하고 기지로 돌아오는 와중에 P-38을 발견해 격추했다'고 적고 있습니다. 즉 지휘부가 사전에 적기의 존재를 감지했다는 뜻이므로 리페르트가 귀환하고 나서 임무내용에 대해 보고를 요구했을 것입니다.

    워낙 전황이 나빠서 공식격추로 인정받지 못한 것을 대충 넘겨버렸다.는 해석도 가능하지만 다른 격추기록들은 적기의 종류와 교전위치등도 꼼꼼이 확인했으면서 유독 7월 31일의 P-38에 대해서만 지금까지 함구한 것은 뭔가 이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 행인1 2008/03/17 23:22 #

    생땍쥐베리의 마지막은 오늘날도 인기있는 소재군요.
  • gforce 2008/03/18 02:16 #

    2007년 일이니까요(먼산)
  • 라피에사쥬 2008/03/18 08:22 #

    행인1님// 가끔은 UFO를 운운하며 유럽판 음모론을 대입시키는 사람도 있습니다;;

    gforce님// 역시 보네것씨는 20년간 국안부의 정보원이었음이 틀림 없음. 그 정체가 전부 밝혀지려는 찰나에 손을 쓰다니.. 역시 중교님의 direct order입니까[횡설수설]
  • 아텐보로 2008/03/19 19:57 #

    저때는 부사관까지만 항공기 조종이 가능한줄 알았는데 사병도 전투기 조종이 가능했군요.....
  • 2008/03/19 19:57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라피에사쥬 2008/03/19 21:10 #

    아텐보로님// 전황이 특히 공군에겐 워낙 나쁘던 시절이라 조종 경험이 있는 젊은이를 군에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전투기 조종사는 Unteroffizier(하사)부터 구성됩니다.(리페르트는 44년에 군에 참가했지만 그 때 이미 24살로 공군의 조종사 육성과정 대신 민간에서 조종경험을 쌓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부족전쟁은 하루에 한번씩 점검하긴 하는데;; 거의 활동은 하지 않고 건물만 지어놓고 있습니다. 고로 굳이 보내주시지 않아도 괜찮을 겁니다. 한번 쓸리면 그만 둘 생각이라서요 -_-;;(저희 부족장이 먼저 관둔 상태)
  • 길 잃은 어린양 2008/03/20 15:26 # 삭제

    오오. 라피에사쥬님께서도 부족전쟁을 하시는군요. 크하하. 너무 반갑습니다.
  • 라피에사쥬 2008/03/20 16:25 #

    길 잃은 어린양님// 일단 방어병력을 조금 모아놓았는데, 혹 필요하시면 자원이나 병력을 요청해주세요^^
  • marlowe 2008/03/21 16:43 #

    저 독일 조종사는 자신이 위대한 작가를 격추시켰다는 사실을 후회했다지만,
    조금만 방심하면 끝장인 전장에서 그런 생각을 할 지 의문입니다.
    [라파예트], [캔디 캔디], [붉은 돼지] 등에 나오는 조종사들의 낭만이 진짜 있었을 지 궁금하군요.
  • 라피에사쥬 2008/03/21 16:53 #

    marlowe님// '파일럿의 낭만'이라는 부분은 문학계통에서도 대개 1차대전을 종결점으로 보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아주 본격적인 대량살육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는 1차대전에 그런 시점을 도입하는 것이야 말로 양 대전에서 입은 정신적 충격을 완화하고자 하는 태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2차대전 시기에도 간혹 '1:1 대결신청' 같은 기사도어린 이야기들이 전해져 내려오곤 있습니다만, 그 하늘 위에서만 수십만명이 전사했다는 사실에 비하면 극히 미약해 보일 뿐입니다.
  • 미스즈찡 2008/03/23 17:25 #

    만약 격추시킨게 확실해진다면 세계의 문학가를 죽인 살인범이 되는건가요[...]
    (물론 공소시효는 없지만..)
  • 라피에사쥬 2008/03/24 15:55 #

    미스즈찡님// 엣 그럴리가요. 유명해질진 몰라도 극히 정당한 전투행위입니다. 설령 비무장 정찰기라고 해도 국제법상 전쟁중엔 격추가 가능합니다;;
  • 곰늑대 2013/07/05 16:51 #

    저 죄송한데 과연 보실지도 좀 의문이지만 저 격추기록 자료는 어디서 구하신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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